교통난, 비싼 숙박비, 바가지 음식요금!
2012 여수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교통, 숙박, 음식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세계박람회 특수가 낳은 부작용입니다. 모처럼의 여행을 불쾌하게 만드는 고질적인 주범인 교통 불편과 바가지 숙박요금과 음식 값 문제가 여수엑스포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2012 여수엑스포 여행을 계획하던 우리 부부는 교통, 숙박, 음식 등 여행 3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교통난과 숙박시설 부족, 바가지 음식요금 등을 확인한 터라 대책 없이 출발했다가는 고생길에 돈만 날리고 올 것이 훤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수의 인맥과 정보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를 알고서 대처하면 해법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편함, 낭만, 적정 비용!
우리 부부는 여수엑스포 여행의 3대 목표를 이렇게 정했습니다. 지난 3월 인공관절 수술로 인해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위해서도 편한 여행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아울러 적지 않은 수술비 지출로 인해 여유가 없었으므로 저비용 또는 적절한 지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친 삶의 휴식과 재충전의 계기로 삼는 낭만적인 여행을 배놓을 순 없겠지요. 그런 기대감으로 여수엑스포 1박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괘속여객선 '광양항-박람회장' 뱃길로 여수엑스포의 즐거움을 열다
12일(토) 오후 1시30분경 광양항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교통난을 피하기 위해 뱃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싱그러운 봄 해풍과 항만의 여유로움 그리고,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의 위용을 바라보면서 '아, 오월의 여행이 시작되었구나!'라는 설렘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여수엑스포 개막 첫날을 택했습니다. 첫날의 그 느낌과 의미를 즐기기 위해서였죠. 더불어서 여수엑스포 기간 동안 광양항-박람회장을 왕복 운항하는 쾌속여객선 '데모크라시1호' 첫 뱃길에 승선하기로 한 것입니다. 국제여객선터미널 부두에는 빨간 띠를 두른 쾌속여객선 '데모크라시 1'호가 출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타고 온 승용차는 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300대)에 두었습니다. 주차비는 무료이고 운임은 편도 1만5000원(어린이 8500원)이며 소요시간은 40분입니다. 이날 오후 2시에 출항한 첫 뱃길에는 가족 여행객, 관광버스 여행객, 부부 여행객, 외국인 여행객 등 100여명이 탑승했습니다.
294톤급 쾌속선 데모크라시1호가 태극기 휘날리며 첫 뱃길에 나섰습니다. 엔진이 굉음을 내지르자 봄 햇살 머금은 물결이 포말을 일으킵니다. 바다의 생동감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싱싱한 바다, 살아 용틀임 치는 바다입니다. 국제여객선터미널을 출항한 쾌속선이 이순신대교 부근을 지나자 광양컨테이너부두 전경과 거대한 크레인들이 장난감처럼 한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포스코광양제철소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또 다시 눈을 들어보면 바다에 떠 있는 대형 화물선들이 공깃돌처럼 작게 보입니다. 객실에서 뱃전으로 나온 여행객들은 이순신대교 교각과 아치를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선박들이 지나가고 무인등대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등대 너머로 경남 남해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남해는 경상도가 아니라 광양과 여수의 지척입니다. 이렇게 이웃인데 경상도와 전라도로 나뉘어 감정싸움을 하는 것은 바다가 웃을 일입니다. 17노트의 속도로 달리는 쾌속선, 남해 앞바다의 물결은 잔잔했지만 선박들이 지날 때면 일으키는 마찰에 의해 물살이 뱃전까지 튀어 오릅니다. 원색의 아웃도어를 입은 여인들이 해풍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나는 즐기는 정도를 넘어 연애하고 있었습니다. 쾌속선의 빠른 속도에 의해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풋풋한 오월의 해풍, 나는 봄 해풍을 기억할 뿐 아니라 몹시 그리워했습니다. 잿빛 도시에 거주하면서 폐쇄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만원 전철과 버스, 엘리베이터에서 호흡 곤란과 공포를 겪었지만 도시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삭혀야만 했습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보장 없는 거주의 자유는 헛된 구호입니다. 살길만 열린다면 도회지를 떠나고 싶습니다. 잠시의 뱃길 여행이지만 행복해지기 시작했고 콧노래마저 부르고 싶었습니다. 오월의 해풍에 안겨서 춤을 추고 싶을 쯤에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이 나타났습니다.
박람회장, 1박2일에 전체 관람은 역부족... 장모님 모시고 또 찾아오마!
뱃길로 박람회장에 들어서면 육로에선 볼 수 없는 박람회장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 오동도를 시작으로 엠블호텔과 해양생물관, 해양베스트관과 해상문화공간 '빅오(Big-O), 엑스포광장과 기업관 등을 박람회장 앞 바다에서 바라보는 것은 이색적인 맛입니다.
쾌속여객선 '데모크라시1호'가 박람회장에 딸린 연안여객부두에 입항했습니다. 국제여객부두에는 호화 유람선 크루즈가 입항해 있었습니다. 세계의 여행객들이 유람선과 비행기 등을 통해서 여수로 여수로 모여들 것입니다. 박람회장 티켓은 '특정일권'이었습니다. 특정일권은 주말이나 휴일, 석가탄신일 등 관람객이 몰리는 특정일에 사용하는 티켓으로 보통권(3만3000원)보다 비싼 4만원입니다.
개막 첫날은 최적의 관람 조건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비로소 긴장을 풀었습니다. 광양항까지의 교통은 막힘없이 순조로웠고, 뱃길을 이용한 박람회장 입항은 이색적이었고, 그렇게 입장한 박람회장은 남해의 바람으로 순순했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과 예상외로 적은 인파(3만6000명) 덕분에 쫓김과 기다림, 짜증과 답답함이 아닌 즐거운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주말 오후 3시의 박람회장. 유엔관 앞마당을 비롯한 곳곳에선 거리공연과 묘기가 펼쳐지고 있었고, 11m 크기의 대형 마리오네트(인형) '소년 연안이'의 가두행진은 장관이었습니다. 연안이를 밧줄을 잡아당기며 끌고 가던, 잠자리 안경을 쓴 프랑스 청년은 아프리카에 가 있는 큰아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박람회장 곳곳에는 참가국 인사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세계인의 축제임을 실감했습니다.
여수엑스포 4대 명물(디지털갤러리, 빅오, 아쿠아리움)의 하나로 꼽히는 67m 높이의 스카이타워 파이프오르간 앞에 섰습니다. 저것은 원래 흉측한 모습의 시멘트 공장 저장탑이었습니다. 80년대 무렵인가? 어떤 사람이 저장탑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여수에 거주하던 시절에 오동도를 올 때마다 입구에 버티고 서 있는 시멘트 저장탑을 가리키며 흉물이라고 손가락질 하곤 했는데 여수엑스포를 통해 세계적인 명물로 각광을 받게 됐습니다.
아내는 '주제관, 해양베스트관'과 '한국관'을 예약했습니다. 두 개의 관은 크게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여수에서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산 임포에서 뱃놈 생활도 해봤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제관을 관람하면서 바다에 대해 무지했음을 실토해야 했습니다. 여수박람회의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위한 인류의 반성과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에 의한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해상문화공간 '빅오'에선 아리랑 연주에 맞춘 분수 쇼가 진행됐습니다. 여행객들은 천천히 아주 여유롭게 쇼를 관람했습니다. 100여개의 국가와 삼성과 현대 등의 대기업이 참여해서 93일간 펼쳐지는 2012 여수엑스포. 80여개의 전시시설과 8개의 대상 전시관 그리고, K-POP을 비롯한 8000여회 이상의 각종 공연과 축제가 펼쳐지는 여수엑스포를 하루 이틀에 모두 관람하기엔 무리입니다. 아내의 건강이 염려돼 관람 4시간 만에 박람회장를 빠져나왔습니다. 장모님 생신 여행으로 7월 초순에 또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했습니다.
착한 민박에 묵고 싱싱한 회정식에 취하다
예약해 둔 지인의 민박집으로 향했습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대표를 지낸 지인이 여수 돌산 굴전리 고니 도래지 인근인 굴전에서 민박집(게스트하우스)을 시작했습니다. 이불과 세면도구 이용 등을 포함한 하루 민박 값은 4만원(2~4인용)입니다. 큰방은 8만원(6~8인용), 바비큐와 삼겹살 그릴과 참숯을 포함해 1만5000원이지만 상추, 고추, 쑥갓 등은 지인의 텃밭에서 거저 뽑아 먹으면 됩니다.
여행사를 운영 중인 지인의 꿈은 착한여행 전문가입니다. 민박집 입구에는 '아름다운 공동체사회를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께는 숙박비 10%를 할인해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대상자는 장기기증자, 장애인 및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입니다. 상추뿐 아니라 커피도 무료이고 셀프 라면은 1천원인데 라면과 계란 등 재료값을 합치면 1천원이 넘습니다. 샴푸, 린스, 화장지 등은 영업용이 아니고 가정용입니다. 지인이 민박집해서 돈 벌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인의 민박집 4개의 방은 이날(12일) 모두 찼습니다. 지역 YMCA 관계자와 오스트리아에서 온 생태건축가 등이 묵었습니다. 지인은 자신의 민박집과 별도로 주변 사람들의 초가집과 휠링하우스를 엑스포 기간 동안 숙박공간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넓은 정원을 갖춘 초가집 한 채는 하루에 15만원으로 외국여행객과 생태-명상가 등에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녹차 밭과 대숲에 둘러싸인 휠링하우스는 하루에 25만원으로 생태적인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반주(飯酒)를 곁들이며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우리 부부를 위해 돼지갈비와 텃밭 야채 무침을 지인의 아내가 정성껏 차렸습니다. 식사와 반주를 나누면서 여수엑스포와 착한여행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바닷가의 밤은 도회지의 밤과 다릅니다. 스프링처럼 팽팽히 당겨진 긴장의 끈을 풀어놓고 잔을 기울이다보니 얼굴도 맘도 평안해졌고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13일) 오전엔 고추 모종을 심는 지인을 도와 대나무를 쪼개어 고추대로 심는 일을 하며 땀을 흘렸습니다. 마당 밭에 심어진 마늘을 가리키며 노동의 대가로 뽑아달라고 했더니 아직 수확할 때가 아니랍니다. 오는 7월에 장모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민박을 예약했더니 그때 오면 챙겨놓겠다고 했습니다.
여수가 그리웠던 것은 음식 때문입니다. 여수를 찾을 때면 즐겨 찾던 유명한 회정식집이 있는데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값도 맛도 오만해졌습니다. 그래서 발길을 끊었습니다. 여수의 알려진 게장백반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문만 듣고 찾아갔다가는 실망할 수 있습니다. 지인이 안내한 '여수횟집'은 돌산대교 인근의 경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인당 2만 원 짜리 회정식을 주문하자 20가지가 넘는 해물, 야채 등의 밑반찬과 싱싱한 전복, 낚지, 개불, 해삼, 멍게세트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농어와 광어회, 매운탕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서울에선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음식에 가격입니다. 관광버스 손님들로 제법 붐볐지만 소란스럽거나 번잡하진 않았습니다. 돌산대교와 장군도, 오월의 푸른바다를 즐기면서 싱싱한 해산물과 회를 먹었습니다. 나는 '인생은 먹는 재미'라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도회지에선 이렇게 싱싱한 해물과 회를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몸이 아팠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끼의 식사 덕분에 잠시나마 인생이 재미있었고 행복했습니다. 돌아가기 위해 떠났던 것처럼 충만해진 행복감을 안고 도회지로 원대 복귀할 채비를 했습니다.
상경을 위해 승용차를 둔 국제여객선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지인이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를 안내했습니다. 묘도(猫島), 그곳은 섬이었습니다. 여수산단 환경오염조사 결과 수은 등의 중금속이 검출되고 그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를 먹은 묘도 고양이들이 발광한 사건 취재 차 방문했던 섬입니다. 그런데 여수대교와 이순신대교가 연륙교로 놓이면서 섬이 아닌 육지가 됐습니다. 1시간 거리였던 여수-광양을 15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죽음의 17번 국도를 타고 초긴장하며 순천과 광양으로 향했는데 이순신대교가 들어서면서 섬과 바다, 산업단지의 운치를 즐기는 드라이브코스가 됐습니다.
# 에필로그 - 억울한 여수여, 생명과 평화의 동네로 거듭나다오!
여수엑스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교통난은 여수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저조한 관람객으로 인해 해소됐지만 음식과 숙박요금에 대한 원성은 여전히 자자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과 박람회 특수를 노린 악덕 상술이 낳은 바가지요금이 원흉입니다. 비난여론과 여행객들의 여수 체류 외면 등에 의해 여수엑스포 특수가 실종될 기미를 보이자 상인들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돈벌이는커녕 인심만 사나워진다는 위기위식과 자성과 각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으니 개선을 기대해보면 좋겠습니다.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에 와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기에 부족함 없는 높은 수준의 각종 시설과 조형물 등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초기에 나타난 미숙함을 성숙하게 극복한다면 여수엑스포는 상하이 엑스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줄 것입니다. 30만 여수시민은 여수엑스포를 위해 시민정신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교통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자가용 운행을 삼가고, 교회들은 새벽예배 외에는 버스운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내는 여수엑스포가 90점 이상이라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행을 제법 다녔던 아내는 초기의 미숙함을 극복한다면 세계인은 물론 성미 급한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우리 부부가 여수엑스포 여행에서 감동과 즐거움을 느낀 것은 인맥과 정보를 이용하는 등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계획과 준비를 통해 떠난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미항(美港) 여수가 엑스포를 통해 거듭나고 있습니다. 여수(麗水)는 물(水)이 고운(麗) 도시 즉, 물이 고운(맑은) 동네입니다. 물이 고운 동네는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그런데 '여순반란사건'과 '밀수도시'의 오명을 쓰고 변방의 도시로 억울하게 살아왔습니다. 살육으로 초토화됐던 여수, 그 증오와 앙갚음의 역사를 씻어버릴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한때나마 여수 시민이었던 나는 미항 여수가 생명과 평화의 동네로 자리매김하길 떠나오면서 기도했습니다.
<2012 여수엑스포, 낭만여행-착한여행 정보안내>
▶여수엑스포 착한여행-착한민박 이용문의(010-9223-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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