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일과시동인지, 상처 난 것들의 향기

침묵보다묵상 2014. 11. 3. 19:51

상처 난 것들의 향기

 

                  - 조 태 진

 

빛나고

반듯한 것들은

모두 팔려가고

상처 난 것들만 남아 뒹구는

파장 난 시장 귀퉁이 과일 좌판

 

못다 판 것들 한 움큼 쌓아놓고

짓물러진 과일처럼 웅크린 노점상

잔업에 지쳐 늦은 밤차 타고 귀가하다

추위에 지친 늙은 노점상을 만났네

 

상한 것들이 상한 것들을 만나면

정겹기도 하고 속이 상하는 것

- 아저씨 이거 얼맘니까?

- 떨이로 몽땅 가져가시오!

 

떨이로 한 아름 싸준 과일

남 같지 않은 것들 안고 와

짓물러져 상한 몸 도려내니

과즙 흘리며 피우는 진한 향기

꼭 내 몸 같아서

식구들 몸 같아서

배어 물다 울컥했네

 

- 실천시선 225 <못난 시인> 일과시동인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