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이 지상의 집 한 칸

침묵보다묵상 2016. 1. 17. 00:46

새라면 아아 쫓겨나지 않는 새라면
해거름 속으로 평화롭게 귀가하는
새처럼 아, 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꽃이라면 아, 뽑히지 않는 꽃이라면
사방 천지 들녘에 억세게 뿌리 내린
들꽃처럼 아, 피어날 수 없는 가난 때문에

문패도 번지도 없는 주소불명의 세대주여
강제집행 통지서 받아든 불법 거주자여

이 지상의 집 한 칸
지고 갈 수도 없는 집 한 칸 없어
잠든 자식의 머리맡에서 시로 우는 아비여

(조호진 시인의 ‘이 지상의 집 한 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