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상처 난 것들의 향기
침묵보다묵상
2015. 5. 12. 11:13
상처 난 것들의 향기
빛나고
반듯한 것들은
모두 팔려가고
상처 난 것들만 남아 뒹구는
파장 난 시장 귀퉁이 과일 좌판
못다 판 것들 한 움큼 쌓아놓고
짓물러진 과일처럼 웅크린 노점상
잔업에 지쳐 늦은 밤차 타고 귀가하다
추위에 지친 늙은 노점상을 만났네
상한 것들이 상한 것들을 만나면
정겹기도 하고 속이 상하는 것
- 아저씨, 이거 얼맙니까?
- 떨이로 몽땅 가져가시오!
떨이로 한 아름 싸준 과일
남 같지 않은 것들 안고 와
짓물러져 상한 몸 도려내니
과즙 흘리며 피우는 진한 향
꼭 내 몸 같아서
식구들 몸 같아서
베어물다 울컥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