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보다묵상 2015. 3. 4. 10:27

늙은 지체 장애인이
사거리 도로 복판에서 헤맨다.
빨래줄과 좀약 등의 싸구려 잡화를
가득 실은 리어카는 노점 가는 중이다.

 

모든 데모의 투쟁 목표는
교통체증이 아니라 생존권 보장이다.
생존권 투쟁에서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는
늙은 장애인은 무거운 리어카와 투쟁 중이다.

 

외제차 고급차 택시까지 줄줄이 체증
차에 갇힌 운전사들은 찌푸린 얼굴이다.
승자독식 즉, 봐주지 말라고 배운 탓이다.
장애인의 생존권보다는 자기의 생존권이
더 급한 운전자들은 경적 시위로 대응한다.

 

교통신호는 저 혼자
붉으락푸르락 거릴 뿐이다.
행인들은 곁눈질하며 갈 길을 간다.
불법 노점상은 도로교통법을 위반 중이다.

 

보다 못한 한 행인이
시위대처럼 도로에 뛰어들어
리어카를 밀면서 사태는 수습된다.
장애인은 구세주 만난 것처럼 웃는데
운전자들은 인사도 하지 않고 달아난다.

 

봄이 어서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