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희망시편
희망에 대하여
침묵보다묵상
2013. 9. 16. 16:01
희망에 대하여
열에 아홉은 먹고 싸고
더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데
누군가 하나가 굶주린 아흔 명을 위해
자신의 몫을 나누다 끝내 몸마저 내어주어
몸은 죽어가면서도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는 길
그의 죽음을 목격한
아홉 중에 한 둘이 뉘우치며
끝 모를 욕망의 쟁탈전을 중단하고
그가 한 것처럼 자신의 몫을 나누면서
그의 죽음을 따르는 십자가 나눔의 길
우리들은 진즉에
어둠에 도륙되어야 함에도
꽃과 새들의 땅에 거주하면서
꺼지지 않는 빛의 시민이 된 것은
나눔의 씨를 뿌리고 간 그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부수어 흙이 되어준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