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일기
하북에서 온 박씨
침묵보다묵상
2013. 9. 3. 16:44
하북(허베이)에서 왔다는 박씨
예순 셋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건설 현장 오야지로 해서
돈을 제법 많이 벌었단다.
그 돈으로 고향 하북에다
1200만원 주고 집을 샀는데
집값이 폭등하면서 20억을 호가한단다.
아버지 고향이 남원이고
박씨는 외동아들이란다.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아버지가 남겨둔 땅의 시가가 20억대라고 한다.
아내는 간병인으로 일하고
아들과 딸들은 한국에 왔단다.
집은 수원인데 아는 사람이 없어 적적해서
대림동과 가리봉에 와서 지내는데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폐품수집을 해서
고물상에 팔아서 막걸리도 먹고 밥도 사먹는단다.
몸이 아프단다.
머리와 다리가 아프단다.
몇 년째 기억이 나지 않는 단다.
밤새 폐품 수집을 하며 돌아다닌 박씨는
장마비가 내리는 남부슈퍼 천막에서 비를 피하며 졸고 있다.
박씨의 리어카와 폐품들은 비에 젖어서 졸고
주인인 박씨는 점심에 깨어나 막걸리 한 병을 마신 뒤
담배를 피워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