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사랑시편

감자를 깍으며

침묵보다묵상 2013. 8. 25. 08:25

감자를 깍으며

 

 

시골 이모에게

얻어온 감자로 반찬해

작은 교회에 가져간다던 

아내는 아주 곤히 잔다.

 

먼저 깨어

설거지를 하고

알감자를 깍는다. 

벗어버려야 좋았을

껍질을 벗지 못해서

고달팠던 생을 생각한다.

 

썩은 몸 도려내니

남은 몸은 성성하다.

버려질 감자를 다듬어

알몸 드러내니 내 몸 같다.

 

아내가 깨어나면

감자 반찬을 준비한 나를

칭찬하며 좋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