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주는 이유
술에 취한 어떤 노숙자가 대낮에
가리봉 육교 밑에 쓰러져서 잔다.
지나가다 이를 본 성현이가
"가리봉에는 왜 노숙자 아저씨들이 많아요"
라고 묻는다. 그래서 설명해주었다.
"첫째, 집세가 싸기 때문,
둘째, 가리봉시장이 있기 때문,
셋째, 무료급식소와 쉼터, 병원이 있기 때문!
가난한 사람들은 집세가 싸고, 물건을 싸게 파는 시장이 있고,
몸이 아프거나 오 갈데가 없으면 머물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성현이가 또 질문을 한다.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들에게 왜, 밥을 주고 재워줘요?"
성현이와 가리봉 아이들의 눈에도 이들이 하는 행동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가리봉 무료급식소에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 사람만이 오는 곳이 아니다.
노숙자 생활을 했던 중국동포 알콜중독자 봉걸씨가 한국인 노숙자들을 하나 둘 데리고 오더니
이제는 욕쟁이에다 주먹질을 해대는 미친 여성까지 무료급식소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곤 하는데
세상에 노숙자까지도 무료급식하는 중국동포들을 욕하고 차별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하튼, 성현이의 주장을 정리하면 대충 이런 뜻이다.
공짜로 밥을 먹으려면 감사하게 먹고 가는게 맞다는 것이다.
공짜로 밥을 먹으면서 욕하고, 행패부리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의 눈은 정확하다. 술에 취해 행패 부리는 한국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이 맞다.
돈주고 사먹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데 얻어 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큰소리치고 욕설에 행패를 부린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주었다.
"하나님은 착한 사람뿐 아니라
미운 사람에게도 밥을 주라고 했다.
착한 사람에게만 밥을 주고
미운 사람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들도 밥을 얻어 먹지 못할 수 있다."
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성현이가 알뜻 모를뜻 눈을 깜박이다가 이렇게 말하곤 달려간다.
"아,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