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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대 나를 묻어주오(Bella Ciao) - Anita Lane

침묵보다묵상 2013. 5. 2. 16:42

그대 나를 묻어주오, 벨라 챠오

 

 

내가 듣는 노래 2009/02/04 http://blog.hani.co.kr/rufdml/18818

비바람 몰아치는 들판에서 내가 본 것은 들풀 들꽃의 격렬한 몸짓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언 땅을 치는 풀잎 아우성을 듣지 못했다. 비틀거릴 때마다 의지했던 노래가 하나 있다. 인터내셔널가와 더불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민중들이 군중집회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 벨라 챠오(Bella Ciao)다.

벨라 챠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빨치산들이 노랫말을 고쳐 부른 혁명의 노래로 유명하다. 이 노래가 날개를 단 것은 1948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서 이탈리아 학생 대표들이 부르면서였다. 벨라 챠오는 원래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노동요다. 일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그렇듯이 느린 템포가 특징이다. 벨라(Bella)는 '아름다운 아가씨, 사랑하는 여인'이고, 챠오(Ciao)는 '안녕'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벨라 챠오를 '안녕, 내 사랑' 정도로 번역하는 것 같다.

벨라 챠오는 이브 몽땅과 밀바, 마리아 파란두리, 첨바왐바 팝밴드도 불렀지만 이들 말고도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버전으로 불렀던 노래다. 굵고 짧은 빨치산의 생애와는 달리 벨라 챠오의 생명력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았다. 그러나 이들이 부른 노래는 대개가 경쾌하고 속도감이 있다. 투쟁 현장에서 전열을 가다듬을 때 부르면 맞게 편곡돼 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아티스트 아니타 레인(Anita Lane)이 부른 벨라 챠오는 어딘가 다르다. 이탈리아 빨치산들이 부른 원곡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린 노래로 꼽아도 될 정도다. 그녀의 노래는 자신의 음반에 수록돼 있다. 그녀가 부르는 벨라 챠오를 들으면 비장하다 못해 명치 끝이 아리다. 언제 죽을지 모를 운명의 빨치산 청년이 사랑하는 애인(조국)과 헤어지면서 부르던 노래, 산악과 계곡에서 수많은 전사들이 죽어가면서 불렀던 노래와 가장 닮아서일까. 그래서 숨이 차다.

이탈리아의 쓰라린 역사와 비감어린 사연이 흐르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파시스트와 나치 독일군에 쫓겨 산악 지방에 은거하던 빨치산들을 그려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군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로 패퇴해 가던 무솔리니와 그의 애인 클라라를 함께 처형하던 그 순간에도 이탈리아 빨치산들은 풀잎 아우성으로 이 노래, 벨라 챠오를 부르지 않았을까.

"이 아침 나는 일어나 / 오, 내 사랑 안녕 /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 이 아침 나는 일어나 / 침략자와 맞서려 가야한다네 / 오, 빨치산이여 나를 데려가다오 /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 내가 빨치산과 함께 죽거든 / 그대 나를 묻어주오 / 아름다운 꽃그늘이 진 산악지대에 / 그대 나를 묻어주오..."

Ø굴렁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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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레일리아 가수 아니타 레인(Anita Lane)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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