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사랑시편

가난한 신발

침묵보다묵상 2012. 9. 18. 16:58

가난한 신발

 

 

키 작은 아내의

신발이 입을 벌렸다.

가난한 남자 때문에

아내의 인생이 벌어졌다.

아내의 인생이 낮아졌다.

 

 

아내는 혼자 살 때는

구두 값을 걱정하지 않았다.

가난한 남편과 재혼하면서

세 자식의 학비가 걱정이고

시부모 병원비가 걱정이어서

벌어진 구두는 뒤로 밀려났다.

 

 

관절 수술을 받은 아내는

두 다리가 짝짝이가 되어서

굽 높은 멋쟁이 메이커 구두보다는

낮은 인생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세상 평안히 딛는 단화 사줘야 한다.

 

 

가리봉 할인 구두점을 가볼까

우리 동네 할인 구두점을 갈까

이리 저리 몇날 몇칠 고민하다

반포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감색 단화를 보고

들었다가 났다 망설이다 흥정하다

4000원씩 깎아서 두 켤레나 샀다.

 

 

굽도 낮고

가격도 낮은

고운 감색 단화와

아내의 생일선물로

비닐봉지에 담아 오면서

단아한 아내에게 문자 날린다.

 

 

235mm 신발 두 켤레 샀어!

당신처럼 단아하고 예쁨,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