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예수쟁이의 고백
한국 개신교인들은 하나님을 지독하게 애용합니다. 모든 일과 사건에서 하나님을 불러들이기 일쑤죠. 그래서 하나님은 민망하고 억울할 때가 많으실 겁니다. 저라고 예외겠습니까? 저도 하나님을 툭하면 불러내서 누명을 씌웁니다. 너도 나도 예수쟁이인 척 하니 나라고 못하겠냐며 위장술을 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예수님 가르침대로 살진 못합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그 말씀대로 살다간 거덜 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남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난투극을 벌이는 세상에서 예수쟁이로 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체면상 남의 몫까지 차지하진 못합니다만 내 몫을 이웃과 나누며 살지도 못합니다. 거짓 예수쟁이로 살아가니 은혜가 오락가락 합니다.
아프리카를 품은 아들이 거짓 예수쟁이인 아버지를 부끄럽게 합니다. 거짓 예수쟁이의 얼룩을 빼려면 가난한 영성을 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쉽진 않지만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아들이 저를 계속 부끄럽게 할 수 있도록 저 아이를 맡아주십시오. 가난한 예수그리스도의 손을 놓지 않게 저 아들의 손을 매어주십시오. 다음은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Giving Day.
오늘 Giving Day가 있었다. 오전에 전달을 받고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뭔가가 탐탁지 않고 계속 떠오르지도 않는 것이었다. 내 마음속에 고민이 많은 걸까, 거의 시작 직전까지 고생하며 기도를 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화장품과 mp3플레이어, pmp를 들고 Giving Day를 시작하러 내려갔다. 스타트는 Nceba Xesibe Dubula가 끊었다. 그 뒤로 한 명씩 한 명씩 서로 물건을 나눠주며 기도를 해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Zola Sebalabala가 가장 아끼는 조끼를 나눠줄 때는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없었고,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물건을 꺼내놓았다.
Flori...an Kühnen도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신발을 Zola에게 주라는 기도를 듣고 바로 행했다. 그 순간 Florian의 흐느낌이 들렸고 우리 모두는 나눔의 기쁨 속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서로 옷, 신발, 목걸이 등을 나누며 그 선물의 가치보다는 서로의 마음에 나는 너무나 감동을 먹었다. 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나눔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 오히려 더욱 많은 것을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기도 중 3000란드가 생각이 났다. 3000란드씩 분리해서 가져온 봉투 중 하나를 아웃리치에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서 방으로 들어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웃리치를 위해 내놓았다. 모든 이들이 나와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데, 너무 나 너무 나 은혜스러웠다.
우리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모두 먹고 살만하니까 반쯤은 믿고 반쯤은 세상에 발 담궈 두고 하는 것이다. 정말 돈 한 푼이 없어서 죽을 것 같은 상황에 주님만 의지하는 자가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
내가 가진 것은 많으나, 내놓을 것은 왜 그리 없었는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내려놓지 못한 나의 욕심에 질책을 가한다. 물론 이것이 시작이고, 단계를 밟아가며 더욱 많은 것을 내려놓기 원한다. 그를 통해 정말 하나님을 느끼고 싶고, 오로지 주님을 의지하며 나아가는 삶을 살기 원한다.
100란드(한화 약 14000원)가 누구에게는 매우 큰돈이고 누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돈이다. 나는 여기 와서 확연히 느낀다. 나는 그동안 행복에 겨워 그 속에서 헤엄치며 살았던 놈이라고. 나는 돈 속에 파묻혀서 수영을 한 놈이라고. 한국에서 잘 사는 축에 속해본 적 없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 매번 결정할 때마다 돈 걱정이 먼저 앞서는 나였는데, 저들 앞에서는 아무 말 못한다. 나는 정말 부자였다.
진정한 부자는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는 자가 부자라고 했던가?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돈에 먹힌 그런 부자 말고, 돈이 많은 그런 부자 말고, 현실에 만족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주님을 전하는 신앙의 부자가 되고 싶다.
참고로 zola는 타운쉽이라는 흑인 마을 출신인데, 23살까지 이메일 페이스북 아이디가 없었어요. 저 만나고 그 다음에 생겨서 진짜 기뻐하던 모습도 생각나구요. 정말 옷도 많지도 않은데 가장 아끼던 것을 내놓고, florian은 진짜 자신이 그 신발 얻기 위해서 일을 몇 개월 동안 한 다음 어디를 가든 그 신발과 함께 했었는데, 주님이 내려놓으라고 하니 내려놓았다고 해요.
그리고 charmian은 아끼던 아이팟 터치를 케이스와 함께 주었고, 서로의 아웃리치나 결혼 등을 위해 돈을 나누었다. 금액과 가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주님께서 초대교회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신 것 같다. 아 정말 아직까지도 감동에 젖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열방대학'(DTS)에서 선교훈련 중인 아들 조승(24세)의 7월 12일 페이스북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