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가족편지

아프리카의 가난을 배우는 아들에게

침묵보다묵상 2012. 7. 18. 12:03

 

 

아들(조승)이 아프리카를 품은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최승주 권사)는 지난해 7월 짐바브웨와 말라위로 비전트립을 갔는데 그곳 짐바브웨 한인교회 김영대 목사님과 이야기 중에 찬양사역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아들에게 짐바브웨 한인교회로 가기를 권했고 아들도 적극 동의했습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아들은 지난해 9월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군 복무 중에 알뜰살뜰 모은 월급과 아내의 지원금으로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아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9개월 동안 짐바브웨 한인교회에서 찬양사역자로, 한글학교 교사 등의 사역을 아주 즐겁게 감당했습니다. 그러는 틈틈이 한인들에게 이발을 해주면서 용돈도 벌었습니다. 아들은 공군에서 이발담당을 하면서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체류자격에 문제가 생기면서 교회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짐바브웨 출입당국이 아들의 체류자격에 시비를 걸면서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뇌물을 주는 것의 불의함에 고민하며 기도하던 끝에 김영대 목사님이 소개한 아프리카 열방대학(DTS)을 품게 됐습니다.

 

아내와 저는 아들이 말라위로 갔으면 했습니다. 말라위에서는 에이즈 퇴치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거기서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대로 만났으면 해서였습니다. 무엇보다 열방대학 비용(370만원)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말라위로 갔으면 하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말라위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되는 열방대학을 가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아내는 열방대학 비용마련을 위해 대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최남식 장로님이 가리봉을 찾아오셨습니다. 최 장로님은 호남석유(주) 이사로 일하시는 분인데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풍기는 분입니다. 최 장로님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신장 기증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최 장로님은 중국과 여수산단, 대산단지 등에서의 공장 건설 책임자로 일하면서 눈 코 뜰 사이도 없이 바쁘게 지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세상일에 지치도록 살다가 하늘나라에 가면 얼마나 꾸중을 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장 기증에 대해 기록한 저의 글을 보고서 '나도 신장 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저를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저녁식사를 나누면서 신장 기증 문제를 비롯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들의 열방대학 비용 마련 문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헤어졌다가 지난 7월 9일 저녁식사 모임에서 최 장로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담임목사인 여수은현교회 원로목사이신 김정명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였습니다. 롯데호텔 뷔페에서 아주 맛있게 먹고 헤어지는데 최 장로님이 아들의 열방대학 장학금으로 100만원이 든 봉투를 쥐어주셨습니다.

 

아내에게 최 장로님이 주신 봉투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대출을 받아서 아들에게 보내주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최 장로님이 주신 장학금을 아내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어제(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아프리카 친구들의 아웃리치 비용을 구하는 아들!

 

                남아공 열방대학에서 동양인은 아들 혼자입니다. 빡빡머리가 제 아들 조승입니다.

 

"앞으로 갈 아웃리치의 장소와 비용이 정해졌다. 1인당 18000란드(한화 250만원). 아직 3개월의 학비도 내지 못한 사람이 반이 넘는다. 물론 잘사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 나는 가진 게 너무나 많았다. 대한민국에서는 한물 지나간 갤럭시S를 쓰고, 배터리가 다 소진되서 파워케이블 빼면 바로 꺼져버리는 노트북 그리고 거의 중고나 헌것들인 나의 옷들.

 

그러나 나는 부자 측에 속했다. 학비도 다 냈고, 아웃리치 비용도 냈다. 다른 애들은 거의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데, 나는 매일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13살 때부터 메일 계정이 있었는데, 23살이 되서야 메일 계정을 처음으로 만들고 페이스북에 가입한 친구도 있다. 한번은 맥도날드를 갔는데 주문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그냥 앉아 있다가만 왔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서 주문하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진짜로 돈이 없어서 주문을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절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만족이 보인다. 가지지 못한 게 불행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매일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예전 작성한 GIVING DAY때는 정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을 경험했다. 이들에겐 하나님을 향한 정말 뜨거운 사랑이 있다. 이들은 지금도 주님께서 공급하심을 경험하리라 믿으며 기도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채워졌다. 오히려 내가 불행한 것이 아닐까? 절박한 상황에서 의지할 분이 주님밖에 없는 저 아이들보다 의지할게 있는 나의 상황이 더 안쓰럽다.

 

혹시 이들 아웃리치(전도여행)을 돕고 싶다면, 페이스북 메세지나 buckcho923@gmail.com으로 메일을 주세요. 천원, 이천원, 백원 그런 것은 숫자에 불과해요. 저는 선교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굴뚝같은데 제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앞으로 해변가로 가서 음악도 연주하면서 돈을 모을 생각이지만, 한국의 친구들이 조금씩이라도 도와준다면 이들에게 진짜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미 채워졌습니다. 절대 나의 욕심이나 내 용돈 삼으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친구들에겐 만원도 엄청나게 큰돈이고 어떤 이에겐 한 달 월급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수 있게, 주님을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아프리카의 가난이 아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예수그리스도의 가난한 영성으로 아들을 바꿔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최 장로님이 후원해주신 100만원의 사용처를 이렇게 정해주셨습니다. 아내가 아들의 페이스북에 100만원의 출처를 밝히면서 열방대학 친구들의 아웃리치 비용으로 100만원을 보내겠다고 썼더니 이를 본 아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해왔습니다.

 

 

 

"엄마,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역사해주시네요.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