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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안와사 4
침묵보다묵상
2012. 1. 30. 10:58
구안와사 4
오~오
삐뚤어진 입은
돌아오지 않았고
쉰줄의 상한 상품을 팔려고
인력시장에 나섰다가 거절당했다.
떠났던
가리봉을 다시 찾아와
일자리 좀 달라고 사정했다.
구차해도 사는 게 인생이다.
51번 겨울 버스를 타고
회차점 구로디지털에서 내린다.
간밤 술꾼들이 토해낸 먹자골목을 지나
햇볕 들지 않은 낡은 건물 2층에 도착한다.
추운 겨울 버스를 타고
추운 뒷골목을 지나서
추운 사무실 귀퉁이에 앉는다.
무릎이 시려워서 담요를 덮는다.
가죽 무릎 받이를 하고 구두 깁는
가난한 구두수선공 세몬이 생각났다.
그런데 굶주려 쓰러진 청년을 만나도
나의 외투와 구두를 벗어줄 자신이 없다.
마흔 여덟의 환승역에서 예수의 길을 따라
인생을 갈아 탔지만 죗값을 치루지 못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