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헤어짐의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까?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 --- 이는 사랑의 첫 만남이나 행복한 사랑의 결합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임에 분명합니다. 더구나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뇌어보는 담담한 한 마디 ‘헤어지자’, 이 순간 사랑은 이별을 맞이하여 한결 정갈한 모습으로 승화되는 것은 아닐런지요. 사랑과 이별을 맞바꾸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형기(李炯基:1933- ) 시인. 경남 진주 출생. 1955년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1949년 ?문예? 추천으로 등단. ?적막강산?(1963) ?돌배개의 시?(71) ?꿈꾸는 한발(旱魃)? ?풍선심장? ?보물섬의 지도? ?그 해 겨울의 눈? 등이 있음. 초기에는 애환이 깃든 서정시를 쓰다가 중기에는 원시적인 생명을 이미지스트의 수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모색을 보이다가 후기에 오면서 전통적 주정주의를 거부하고 새로운 충격의 미학 또는 파괴의 미학을 구축하는 시작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