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남자일기

[그 남자의 재혼일기 23] 아프리카로 향하는 큰아들에게

침묵보다묵상 2011. 8. 25. 11:07

 

 

지난 820, 큰아들이 공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큰아들은 가족과 함께 추석을 지낸 직후인 9월 중순경에 어학연수와 해외선교를 겸해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떠난다. 하나님께서 큰아들을 인도하셨다.

 

아들은 하나님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상의 밤 문화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워한다. 우리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을 세상에 뺏길까봐 걱정했다. 믿음의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세상에 빼앗겼기에 우리 또한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큰아들은 분위기에 잘 휩쓸린다. 꽃밭에 가면 꽃향기를 풍기고, 쓰레기 더미에 가면 악취를 풍길 가능성이 매우 컸으므로 하나님께 간구했다.

 

사랑하는 큰아들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

 

큰아들은 군복무 중에 하나님의 은혜를 누렸다. 군 입대 직후, 보직 문제로 갈등을 겪던 큰아들은 특유의 낙관과 기도로 고달픈 보직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군부대 교회에서 신앙생활 특히, 성가대 지휘와 병사들로 구성된 신우회 회장을 맡는 등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했다. 목사님도 집사님들도 큰아들의 헌신에 기뻐하였다.

 

큰아들은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다. 제대 이후의 시간 관리를 잘못하면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호주로 어학연수를 갈 준비를 했다. 유학비용을 마련하려고 2년 군복무 동안에 200만원을 모았다. 병장 월급 10만원 겨우 넘는다고 하니 참으로 짠돌이 생활을 한 셈이다.

 

군복무 중 어학연수를 준비하던 중에 CBS-뉴질랜드 선교장학생 선발 정보를 알게 됐고, 이를 위해 1년 가까이 준비했다. 각종 서류 중에서 특히 자기소개서 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 끝에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온 가족과 목사님 등이 선교장학생으로 선발돼 훈련 받으면서 믿음의 청년으로 장성해지기를 간구했지만 2차 면접에서는 떨어졌다. 제대를 불과 1개월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큰아들의 실망감은 컸다. 하지만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이번 사건을 통해 확실히 체험했다.

 

아프리카로 단기사역을 떠났던 아내가 큰아들이 제대하기 하루 전인 819일 귀국했다. 아내에게 선교장학생 불합격 소식을 전해야 했다. 그런데 아내는 놀라운 소식, 대안을 안고 돌아왔다. 아프리카 단기선교 중에 선교장학생으로 선발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 아내는 짐바브웨 한인교회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님께서 짐바브웨로 큰아들을 부르신다는 것을 느낌을 가졌다.

 

목사님은 중고등 학생들을 맡을 청년 사역자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성가대 출신인 아들은 군부대에서 성가대 지휘 등 찬양사역을 했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였던 짐바브웨는 영어가 공통어라고 했고,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있다고 했다. 아내는 목사님께 아들의 짐바브웨 행을 타진했고 목사님은 환영하면서 숙식제공 등을 제안하셨다. 그리고 제대한 아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하자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기도를 하나님이 다 들어주셨다는 것이다. 선교와 어학연수를 원했던 아들은 아프리카도 좋으니 보내달라고 기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자신의 기도에 응답한 내용을 말씀하시니 놀랄 수밖에. 물론 놀란 것은 아들뿐이 아니라 나도 그러했다. 사람의 계획과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진데, 사람의 계획은 이기적이라면 하나님의 계획은 선하시고 위대하시다.

 

 

세상이 아들을 뺏어가려고 합니다!

 

술 취함과 음란의 늪,

교만과 불순종의 가시덤불

넘어지고 빠져들어 만신창이

, 피눈물로 나뒹굴던 인생이여!

 

아비는 그 길을 걸어 왔습니다. 피눈물과 만신창이의 길을 걸어 왔기에 하나님이 주신 아들만큼은 그 길로 가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비라고 해서 맘대로 할 순 없습니다. 우리를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도 그리 하시지 않는데 하물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임을 만신창이 인생살이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며 아들의 영혼을 지켜달라고 간구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세상이 사랑하는 아들을 뺏어가려고 합니다.

큰아들은 하나님도 좋아하지만 세상을 즐기고 사람들도 좋아합니다.

홍대의 밤 문화와 강남역 클럽에서 머리에 염색하며 춤추며 유행을 쫓아갑니다.

하지만 큰아들을 말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을 존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그랬고 성경의 탕자도 그러했듯이 말린다고 말려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희들을 사단의 세력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만큼

저 또한 사랑하는 큰아들을 세상에 결코 뺏기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큰아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길의 아득함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상실한 이 세상이 어찌하여서 이리 됐는지! 하나님을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걸어가는 길이 엇비슷하게 됐습니다. 믿음의 본을 보여주지 못한 아비와 어미의 죄임을 자복합니다. 저희들의 믿음으로는 큰아들을 하나님 아버지께 인도하지 못합니다. 이를 꿰뚫고 있기에 어둠의 세력들이 믿음의 자식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행패를 부립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희 가정형편에 300만원을 넘게 들여 단기사역 갈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를 아프리카를 가게 됐고 거기 짐바브웨로 부르신 뜻을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택하심으로 큰아들은 살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합니다.

 

큰아들이 걸어갈 길은 눈에 밟혔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이류대 출신으로 스펙 쌓기에 안달복달 하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나서지만 불합격, 퇴짜, 무시, 자존감 짓밟힘, 상처와 우울증, 황폐함 등으로 헤매다가 어딘가에 겨우 일자리를 얻어 살아갈 것이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큰아들을 그렇게 살아가도록 방치하지 않으시고 아프리카로 부르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아들의 길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고난과 역경의 훈련 코스

그리하여 생명과 영생의 길을 걷는 인생이 되기를 간구합니다.

이젠 저희 부부 품에 있던 큰아들을 하나님 품으로 양도하렵니다.

저희 부부는 세상 염려 내려놓고 새벽을 깨우고, 말씀을 외우며 아들의 길을 축복하렵니다.

그로 인해 꿈꾸렵니다. 주님의 핏 값으로 산 이 가정이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지도록! 그리하여, 자식이 간 길을 아비어미도 따라 나서는 선교가족이 되기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우리의 인생 항해는 기필코 풍랑을 만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이며 그 태풍과 해일을 통해 바다 밑바닥이 뒤집혀져야 정화가 되고 생명의 바다로 부활된다. 뒤집어 질 것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그것은 마침내 썩게 될 것이고 그 부패로 인해 멸망하게 된다. 그렇듯이 우리의 인생에도 풍랑을 주시고 긴장과 이완의 작용을 통해 삶의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부영양화로 썩은 물은 아무리 뒤집혀도 정화는커녕 악취만 풍길 뿐이다. 그리고 모든 선박이 풍랑에 좌초되고 침몰하진 않는다.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한 항해에 나선 선박은 침몰한다. 항해를 준비하지 않은 선박은 침몰한다. 선장과 선원들이 합심하지 않은 선박 또한 침몰한다. 우리 인생을 파멸시키는 것은 풍랑이 아니라 착각이며 교만이다.

 

미련한 인생을 살아온 아빠는 뒤늦게 깨달았다.

좀 더 정직하게 고백하면 이제서 겨우 깨달아간다.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우리를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 넣으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그런데 타락한 아담의 후예인 우리들은 하나님 없는 세상을 즐기려고 선악과를 따 먹고야 말았다. 그래서 얻은 것은 추악한 벌거벗음이고, 잃은 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므로 우리는 어둠의 자식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버려 마땅한 자식들을 오래도록 참고 기다리시며 은혜의 새 옷을 준비하셨다가 울며불며 돌아온 탕자에게 입혀주신다. 그래서 온전히 은혜다. 새 옷을 입게 되기까지 우리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직 하나님 아버지의 베풀어주심이다.

 

사랑하는 큰아들아!

너는 아빠처럼 미련한 인생을 살지 말거라!

환난으로 피눈물 흘리고서야 아버지 품을 찾는 자가 되지 말거라!

헛되고 헛된 인생으로 떠돌다가 은혜의 시간을 풍족히 누리지 못한 아빠의 상처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러므로 큰아들아, 너는 하나님의 주신 은혜로 사명을 받은 자가 되어 그 사명에 생명을 걸고 경주하여라.

아프리카에 펼쳐 놓은 하나님의 계획에 오직 순종함으로 너의 인생을 너의 것이 되게 하지 말고 오직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는 아들이 되어라.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낫다’ (사무엘상 15:23)

 

믿음의 가정에 큰아들아!

오직 믿음과 순종으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다오.

짐바브웨 한인교회 담임목사님께 어떠하던지 순종하며 감사해라!

짐바브웨 한인사회 교민들에게는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는 청년이 되어라!

짐바브웨 한인교회 청소년들에게는 섬김과 돌봄과 은혜를 끼치는 선배가 되어라!

짐바브웨 그 나라의 영혼들을 기도하며 긍휼히 여기며 사랑을 끼치는 이웃이 되어라!

무엇보다 오직 정직하며 성실함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다면 장차 믿음의 장성한 분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엄마아빠는 정녕 기쁘고 기쁘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큰아들아 너의 전 인생을 걸고서 하나님이 주신 이 말씀을 푯대로 잡고 살아가거라!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 (6: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