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예수시편

불법체류자를 위하여

침묵보다묵상 2011. 8. 10. 16:52

불법체류자를 위하여

 

 

 

 

금란교회 혹은 소망교회 같았다면 단속반원들은

난입은커녕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불법체류자들도 얼씬거리지 못했을 것이다.

낡은 건물 2층에 차려진 허름한 교회 예배당이

구둣발에 짓밟힌 것은 단속반원들의 잘못이 아니라

가난한 불법체류자들을 불러들인 예수의 잘못이다.

 

가난뱅이 나사렛 예수는

나그네 심정을 잘 안다.

조선족 처지도 잘 안다.

유랑생활을 해봤기 때문이다.

식민지 설움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산재로 죽고, 얼어 죽고, 맞아죽는 나그네 부지기수다.

 

재미동포 유럽동포 부자나라 동포는

언놈 하나 시비 없이 안방 드나들 듯 하는데

조선족 동포는 밀입국에 위장결혼에 문서위조에

강제추방에 추락사에 멸시천대 나그네 설움이다.

망국의 비애로 떠난 조국 자유왕래 좀 하자고

재중동포 차별하는 재외동포법 개정하라고

2003년엔 83일간 오랜 장기농성도 해봤다.

2005년엔 115일간 뻗쳐 장기농성도 해봤다.

2007년 말 열하루 농성은 축에도 못 낀다.

법무부장관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했다니

스티로폼 새우잠 고된 농성 풀긴 푼다만

 

해산 하더라도 진짜 해산하면 안 된다.

진짜 해산하면 진짜 보복단속 전개된다.

토끼몰이 투망질 강제추방에 짓밟힌다.

그 날은 온다. 기필코 온다.

조국을 조국이라 부를 날 온다.

내 조국 내 땅 맘대로 활보해도

그 어떤 시러베자식 놈도 단속 못할 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