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예수시편
눈 내리는 오후
침묵보다묵상
2011. 8. 10. 16:35
눈 내리는 오후
瑞雪의 오후에 기차가 지나간다.
지붕에 횐 눈 가득 태운 채 서행한다.
기찻길 옆 행인도 눈 맞으며 걸어간다.
건널목 차단기도 차량도 눈에 소복하다.
마음 없는 都市에 눈 내리면서
눈 세례 받은 都心이 회개한다.
그제 서야 쓸쓸하고 부끄럽다.
쓸쓸함이 하얀 눈발 되어 날린다.
부끄러움이 싸르륵싸르륵 쌓인다.
소주 마시고 잠든 노숙자가 동사했단다.
눈 내리는 날에도 아이들은 가출한단다.
소년원 아이는 세상 눈빛이 무서웠단다.
맹인의 동전 바구니를 외면한 장로님께서
십일조와 건축헌금 냈으니 천국 갈 거란다.
저 횐 눈이 밥이 될까 녹으면 눈물이 될까
밥이 되고 눈물이 되어 나누는 게 구원이다.
눈물의 이웃들이 다리를 건너서 다가올 까봐
다리 끊고 보초까지 세웠던 마음에 눈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