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영등포의 밤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43
영등포의 밤
누이들이 길가 유리창에 진열된
영등포 경방 골목은 나의 출생지다.
어린 소년들은 자장면을 배달하고
청년들은 마찌꼬바에서 철봉을 깎았다.
솜씨 빠른 놈은 역전에서 뚜룩질 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늙은 년은 호객질 한다.
하룻밤 쉬었다 가세요! 끝내줘요,
기똥찬 영계가 있어요! 쉈다가요,
야~이 씹도 못할 놈아 어딜 가!
꿈꾸지 말라 지상의 꿈은 끝났다
예수쟁이들이 선전선동에 혈안이지만
야! 웃기지마 서울의 꿈이 망하진 않아
야바위꾼들은 바람 잡아 호주머니 털고
털린 놈은 강도짓을 할까 뻑치기를 할까
희망을 채우기 위해 서울의 목울대를 찔러도
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인천행 막차 끊긴 영등포에 눈이 내려
길 잃은 꿈들은 눈발에 묻혀 얼어 주고
길 잃은 희망들이 서울의 눈물을 토하는
나의 출생지 영등포는 고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