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눈물시편

라면을 끓이며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38

라면을 끓이며 

 

 

3개월 실직수당마저 끊긴 날

새끼에게 라면을 끓여 먹이면서

잘린 목이 잘리지 않은 듯

어린 눈망울 바라보다가

목 잘릴 때보다 더 목 메여

눈물 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아비의 목이 잘리면

새끼들의 목도 잘리고

새끼들의 목마저 잘리면

다음엔 그 무엇이 잘릴까?

 

노동의 아비가 실직의 아비로

밥의 아비가 라면의 아비로

집 없는 아비가 길거리 아비로

절망의 아비가 벼랑의 아비로

 

생계의 벼랑에 내몰린

아비는 어디로 가야하나

구인도 구직도 없는

실직의 시대를 걸어가는

목 없는 아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