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창/노동시편

나의 교복 나의 학교

침묵보다묵상 2011. 8. 4. 20:35

나의 교복 나의 학교  

 

 

교과서가 눈물 젖은 빵이었다면

추운 몸 감싸주는 옷이었다면

영등포에서 껌을 팔았을까요.

신문 팔고 구두 찍다가 들켜

문제 학생으로 찍혔을까요.

 

우리나라 학교 담장은 왜

부잣집 담장만큼 높을까요.

육성회비 쪼는 학교가 싫어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던 선생님은

왜 복도로 내쫓았을까요.

무릎 꿇려 두 팔 든 희망은

나팔꽃으로 피지 못하고

수업 도중 교문 밖으로

쫓겨나서면서 주먹 쥐었을까요.

 

옥수수 빵을 얻기 위해

교실 청소를 자청했지요.

풍금을 닦고 창틀을 털면

배급되는 빵의 달콤함

노동 없이는 빵 없다는

노동의 진리를 배웠으므로

교문 밖으로 교문 밖으로

 

공부 못하는 놈 공장 간다던

선생님의 훈육처럼 매질처럼

나의 교복은 작업복입니다

나의 학교는 공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