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28]
다시 새벽기도를 작정하며
기도했습니다. 그의 발언으로 상처 받고 기도하던 와중에 "너는 그런 적 없느냐"고 질책하며 묻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 적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지난날 저는 순종하지 않는 자였습니다. 분노에 휩싸인 저는 매우 공격적이었습니다. 그것은 글과 행동으로 나타났지만 가장 많게는 말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사회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때로는 정당성을 들먹이며 상대를 공격했습니다.
저의 잘못을 자복하게 하는 소리는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새벽에 깨어 당신에게 보낸 편지를 고치려고 했습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하려고 했구나. 상처 입었다고 억울해 하기 전에 지난날 상처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 더욱 깊어지라고 다독이시는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보완하려 했는데 당신은 새벽에 깨어 제 편지를 읽었더군요.
당신은 편히 주무시지 않으시고 왜 새벽에 깨어나셨나요. 부탁드리는 것은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한 당신의 신경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홀로 버티고 싸워야 하는 삶의 경쟁에 익숙해진 것이기는 하겠지만 그로 인해 당신이 지치거나 아플까봐 저는 염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침과 밤, 언제 어느 때나 당신을 지키는 그 시간이 오면 저는 당신에게 깊은 잠에 취해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언제 자객이 급습할지 몰라 칼을 머리맡에 두고 잠드는 무사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검객이 아니기 때문에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고 깨어나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더럽지 아니한데 입에서 나오는 것은 깨끗한 게 없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새겨봅니다. 우리의 육신에서 나는 악취도 악취려니와 깨끗하지 못한 생각에서 나는 욕된 것들이 더 심한 악취 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믿는 자에게 믿음의 향기가 없다면 주님은 얼마나 안타까워하겠습니까. 주님께 기도합니다. 우리의 입에는 향기의 말들로 가득해서 우리의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이 그 향기로 아름답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가시 돋친 말은, 비수 꽂힌 말은, 돌멩이 같은 말은 우리 입에서 사라지게 하고 오직 햇살 같은 말과 이불 같은 말과 생수 같은 말을 채워서 믿음의 본을 보이는 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어제 밤과 새벽기도에 대한 응답은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일주일간 아침금식 새벽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응답이 어찌하든지 주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겠습니다.
사랑의 말로 당신을 불러봅니다. 그리고 자꾸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말이 몸에 익숙해지길 원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사랑해요"라고, 전화로 편지로 말로 "사랑해요"라고 그래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사랑해요"라고 날마다 고백하길 원합니다.
오늘의 편지를 맺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향한 해바라기입니다. 햇살인 당신을 향해 저는 웃고 있으며 당신을 따라 쫓아다니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햇살인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을 쫓으며 행복해 할 것입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도 햇살 밝게 비추며 사람들과 세상을 환하게 하길 부탁드립니다.
[200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