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16]
"솔아, 너는 아프다고 하는데 선생님이 진찰해보니 아픈 데가 없어 그래서 도와줄 수가 없어. 어쩌면 좋지. 무슨 걱정이 있니."
"……."
"무슨 외부적 요인이 있나요."
"네. 솔이하고 저하고는 무척 친했는데 요즈음 소홀히 돌본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솔이가 아프다고 해서 동네 의원에 갔습니다. 그렇게 의사와 의견을 나눈 뒤 동네에 있는 돈까스 집에서 솔이가 좋아하는 왕돈가스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학교 데려다주면서 지나온 10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어요.
"솔아 그 동안 힘들었던 일도 많았지 그치. 하지만 아빠하고 솔이하고 잘 견뎌온 것 같지 않니!"
"그런 것 같아요."
"솔아, 너 혹시 아빠가 너를 놔두고 어디로 갈 것 같아 걱정한 적 있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솔아, 아빠는 아무리 힘들어도 너를 지켰고 지킬 거야. 아빠를 믿지!"
"네 아빠!"
"솔아 우리 힘들 때마다 하나님한테 기도 많이 했잖아.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 가족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축복해줄까 하고 기다리다가 새엄마를 보내주신 것 같아. 솔아 너는 아빠가 결혼하면, 새엄마가 너를 미워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말하며 걱정한 적 있잖아. 그런데 새엄마는 너무 예쁘고 착한 분이야. 그리고 훌륭한 분이야. 그리고 솔이를 아주 많이 사랑해 줄 거야. 그런 것 같지 않아?"
"그런 것 같아요."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축복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아빠는 지금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도 보살펴드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 그래서 솔이가 조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어?"
"네. 아빠!"
"아빠가 결혼하면 새로운 집에서 엄마와 아빠가 같이 밥 먹고, 엄마와 함께 놀러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엄마 데리고 오너라' 그러면 '엄마 없어요!'라고 말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네 엄마 모시고 올게요!' 그럴 수 있잖아. 그리고 엄마는 사회적으로도 훌륭한 일을 하고 있으니 선생님과 친구들한테도 자랑할 수 있고 얼마나 기쁜 일이니?"
"(살짝 웃음 지으며) 그럴 것 같아요."
수첩에서 당신과 현진이의 사진을 꺼내서 솔이에게 주었어요. 솔이는 사진을 한참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어요.
"엄마 참 예쁘지."
"네. 그래요. 예뻐요."
"솔아, 우리 하나님께 기도하자. 새엄마가 진짜 엄마가 되고, 우리 가족이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아빠와 엄마가 너무 사랑해서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가족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아빠 그럴게요. 그리고 저도 하루 2-3번 정도 기도하고 있어요."
"현진이 누나도 너무 예쁘지? 솔아 너 누나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누나가 생기게 돼 기분이 좋지?"
"(씩 웃으며) 네 너무 좋아요."
솔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 뒤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했어요.
"솔이가 몸은 아픈 데가 없는데 마음이 아픈가 봐요."
"무슨 일이 있나요?"
"제가 새로운 분과 결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솔이를 조금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어요. 혹시 학교에서 솔이 행동이 전에 보다 이상하거나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솔이는 착하고 씩씩하고 친구들하고도 아주 잘 어울려요."
"그래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솔이 아빠 (결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솔이 하고 (아빠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요."
솔이를 데려다주고 걸어오면서 당신이 보내준 문자를 읽으며 콧날이 시큰했어요. 아! 그렇구나. 세상 사람들이 무슨 말을 이렇게 저렇게 할지라도 내 곁에는 하늘과 땅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이 있구나. 착하고 예쁘고 씩씩한 당신이 나를 지켜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어요. 하늘 아래, 이렇게 기쁜 일이 저에게 생겼어요. 하나님이 당신을 축복으로 보내주셨어요.
이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이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하신 말씀. 그래요. 그렇게 해요. 이와 함께 당신을 소중하게 사랑하고 섬기는 일이 저는 더욱 중요해요. 저는 아이들보다 당신을 더 사랑할 거예요.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은 당신이 채워주세요. 그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오늘 아침, 하늘은 어두웠지만 당신이 제 곁에 있는 한, 일기 따위가 저와 당신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콧날은 시큰하고 마음은 찡해요. 당신은 저에게 생명이고 기쁨입니다.
[200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