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사랑편지

[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12]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44

나의 꿈에 대하여

Ⅰ.


「광화문의 꿈」


새벽예배 나서는데 적선동 방향에 걸린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광화문 일대에 새로 지을 아파트의 이름입니다. 건조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에 '꿈'이란 감성적인 카피를 갖다 붙이니 아늑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꿈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지? 그랬습니다. 제 꿈은 형형색색(形形色色)이 아니라 단색(丹色)이었습니다. 찬란하진 않지만 가장 소중했던 제 꿈은 오손 도손 정을 나누는 일가(一家)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 꿈은 우습겠지만 누려보지 못한 것을 누려보고 싶은 저에게는 절박한 꿈이었습니다.


깨진 꿈을 붙들고 되짚어 봅니다. 결혼하면 당연히 이루어지는 줄 알고 있는 일가의 꿈, 하지만 되돌아보니 그 꿈은 온갖 지혜와 열정을 다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든 엄청 소중하고 위대한 꿈이었습니다. 한 나라를 세우는 것은 결국 한 가정에서 시작될 것이며, 모든 것을 이루고도 가정을 잃어버린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불행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새벽에 깨어 꿈을 꿉니다. 손을 모아 꿈을 이루게 해달라고 빌고, 이제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눈물의 기도로 외우고 또 외어봅니다. 피우지 못했던 '일가의 꿈'을 나의 하나님이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꿈의 실현을 위해 기도하고, 다짐하고, 계획하면서 제 꿈을 그려봅니다.


때가 되면 귀가하는 새처럼, 한낮을 피었다가 수줍게 지는 꽃처럼 돌아갈 수 있는 나의 안식처….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돌아온 아내와 아이들이 모여 도란도란 속삭이고 찬송과 기도와 음악이 흐르는 곳, 안온한 불빛이 창밖으로 새어나오고 김치찌개 소리가 자글자글 끓는 곳….


햇살 비추는 아침이 오기 전에 저는 깨어나 있을 것입니다. 이 행복을 온당히 누리게 해달라고 새벽에 깨어 기도할 것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섬기며 사는 낮은 자가 되게 해달라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행복한 가정의 적임자라는 말을 듣게 해달라고, 믿음의 본을 보이는 겸손하고 온유한 자라고, 우리 가정을 예배와 기도와 교제하기 좋은 곳으로 지목 받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입니다.


그 새벽이 오면 찬바람도 차갑지 않을 것입니다. 발걸음은 상쾌할 것이며 나의 입술은 부르는 찬송으로 흥겨울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세우며 축복 기도를 할 것입니다. 이렇듯이 지켜보시던 성령님께서 "보기에 좋더라"하시며 기뻐하실 것입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음악소리를 은은하게 틀어 놓은 뒤 아침을 준비할 것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곤한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려고 뒤척이면 발바닥과 어깨를 주무르며 "상쾌한 아침이 왔어. 어서 일어나"라고 귀에 속삭이며 기분 좋게 깨울 것입니다. 창 밖에서 새소리가 들린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나의 바람은 이렇습니다. 나의 수고로 인해 아내와 아이들이 안식을 충분히 취하는 곳, 주님 주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마시며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곳, 지친 심신을 달래며 내일의 비전을 세워 세계를 만들어 가는 가정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 곳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곳에서 하나님이 귀하게 쓸 일꾼들이 쑥쑥 자라날 것입니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믿음의 일가를 이루는 기초를 잘 다졌다고 주님께 칭찬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쓰나미 같은 공격이 닥쳐온다 해도 나는 나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맞설 것입니다. 세상의 어떠한 음모와 비난이 쏟아진다 해도 나는 성을 지키는 견고한 수문장이 될 것입니다. 온갖 달콤한 유혹이 달려들면 '예수의 보혈'로 떠나가라고 명령하는 믿음의 빚진 자가 될 것입니다. 그 무엇은 몰라도 이 문제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Ⅱ.


새벽예배 열 이틀째.


하루도 빠짐없이 흐르는 눈물로 인해 나의 새벽기도는 촉촉이 적셔지고 있습니다. 가문 들판에 내리는 단비 같은 눈물은 일그러지고 부서지고 짓이겨진 것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져주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나의 상처들은 아프다는 비명도 없이 씻겨 지고 아물면서 순하게 치료받고 있습니다.


신장문제에 대한 기도와 응답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님은 "너의 육신은 나의 것이니 신장 또한 나의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기증'이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신 말씀에 '아멘'하고 응답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나의 것을 내 놓는 게 아니라 주님이 주신 생명의 일부를 돌려 드리는 것이구나….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면서 울었습니다. 뺨을 넘치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기도했습니다. 기도는 중언부언하지도 않았으며 실없지도 않았으며 또렷한 목소리는 눈물을 타고와 심장에 새겨졌습니다.


"신장을 기증한다는 교만을 없애주세요. 내 것을 누구에게 준다는 자랑을 아예 없게 해주세요. 혹시 세상이 관심을 가질 때, 교만한 모습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겸손한 제가 되게 해주세요. 오 주님! 무사히 돌려드릴 수 있도록 나의 몸의 건강을 허락해주신 것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감사가 넘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내어주는 마음에는 감사가 흐르는구나! 더욱 감사한 것은 내 손을 잡아주는 당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밀고 당기며 흥정하는 사랑이 아니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랑으로 안아준 나의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원하며 이렇게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으로 인해 이렇게 변하게 해달라고 주님께 간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나누는 자가 되길 원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자가 되길 원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낮고 낮은 자가 되길 원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결실을 맺는 자가 되길 원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기쁨을 주는 자가 되길 원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칭찬 받고 사랑 받는 자가 되길 원합니다.


(나의 시 '당신으로 인해')


[2005-11-19]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