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대에게 부친 연서(戀書) 4]
금방 메일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내게는 신장을 앓고 있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 들어 자꾸 결혼 얘기를 합니다.
그래도 난 아무 말을 못합니다.
부모 마음은 똑같은 가 봐요.
그냥 웃어넘기지요.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그냥 웃어야지요.
아픈 자식이 원하는 것을 못해주는
부모의 심정.......
무너집니다.
- 박 연 순 -"
하나님께 드린 약속이었습니다.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새로운 배필을 주세요. 새로운 가정을 주세요. 그러면 제 신장을 하나 바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었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지켜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하필이면 그러한 일을 하는 당신을 예비해 두셨습니다. 주님과의 약속을 위해, 그리고 '박연순'씨처럼 아픈 딸을 둔 사람이거나 신장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사람을 위해 신장 한쪽 나누면서 사랑을 배우고 싶습니다. 줄 것이 없어 받기만 했고, 원망어린 마음으로 투정만 했던 저를 이제 바꾸고 싶습니다.
당신과 사랑을 위해서도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머뭇거리거나 또다시 약속을 어기면 하나님은 내게서 당신을 떼어낼 지도 모릅니다. 신장이 아니라 그 무엇을 바쳐서 당신을 얻을 수 있다면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러한 일에 대한 준비와 절차에 대해 당신께 도움을 청합니다.
오늘 산에 오르면서 '증거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해답을 주셨습니다. 아직 다 말할 수 없지만 주신 해답대로 길을 찾는다면 주님의 계획을 '증거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시를 썼지만 시집으로 묶지는 않았습니다. 그럴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욕심 부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시큰둥하기도 했고, 사는 일에 지쳐서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시원치 않은 작품들이지만 지난 시대와의 결별을 위해서도 시집으로 엮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는 당신으로 인해 새롭고 싶습니다.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풀풀 날리며 살기를 이제 원치 않습니다. 새로운 날들이 왔으니 새로워지고 싶습니다. 당신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가슴은 더욱 뜁니다. 더 보고 싶고, 더 달려가고 싶고, 더 함께 있고 싶고….
[200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