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23] 내 가정이 나의 선교지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8

아버지의 제사가 있어, 마침 쉬고 있던 저는 처음으로 일찍 가서 엄마를 돕기로 했습니다.

올케가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교육을 받으러 갔기 때문에

단 둘이 음식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모처럼 사위와 오지 않은 딸을 보고, 엄마는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조서방이 안왔으니 말 좀하자.

엄마는 우리 딸이  고생하는 것같아 너무, 너무 속이 상해.

아이고, 네가 왜 남의 자식을 키우면서 그렇게 고생하니?

밤마다 열 두시면 기도를 하는데, ' 하느님(엄마는 천주교), 우리 딸 좀 고생좀 안하게 해주세요.

어렸을 때도 그 고생을 하며 자랐는데, 나이들어서도 고생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한다"

 

엄마가 천주교 신앙을 가지신 것은 제가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입니다,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부모님은 제가 대학 다니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당시로서는 24살 시집갈 나이, 가정형편도 넉넉치 않은 상황에 대학을 들어갔으니까요.

4학년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하게 되었는데, 울고불고 할 줄 알았던 제가

수련회를 다녀오더니, 말끔한 얼굴로 아르바이트를 찾아 열심히 일하는 저를 보고 어느날 밤

"네가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냐?" 물으셨습니다.

제 설명을 듣고는, 천주교회를 다니시던 친구분을 따라 성당에 나가시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후로 매우 열심히 봉사도 하시고, 밤마다 기도를 하십니다.

 

엄마 기도의 가장 간절한 부분은 아마도 자식일 것입니다.

자녀 결혼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신 엄마여서, 늘 자식들을 '성가시게' 했지만

아쉽게도 자식들의 결혼생활은 엄마의 맘대로 편편치 못합니다.

 

더욱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딸의 결혼생활이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면 가장 형편없는 것처럼 보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엄마와 단 둘이 대화를 하게 된 것이 아주 아주 오래 전입니다.

전 엄마의 구원에 대한 부분도 다시 확인도 해보고, 제 결혼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씀드려

맘에 평안을 드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엄마, 엄마는 예수님이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것을 확실히 믿어요?"

"그럼, 믿지."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과, 우리가 은혜로 우리의 죄를 용서받아 죽으면 천국에 갔다는 것도 확실히 믿어요?"  

"그럼."

"엄마, 이게 좁은 문이라는 거예요. 근데 사람들은 좁은 문과 생각하고

좁은 문 뒤에 있는 좁은 길은 생각하지 않아요. 좁은 길이란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예수님만 믿으면 천국간다고 생각하는데, 성경에 보면 예수님 말씀대로 살아야한대요.

 

엄마, 사람은 반드시 죽어요. 죽으면 하나님 앞에서 심판을 받는데.

예수님만 믿으면 천국을 갈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부끄러운 구원이예요. 천국에 갔다온 사람들 말을 들으면

겨우 판잣집이나 천국의 담벼락에 붙은 초라한 집에서 겨우 살아간대. ㅎㅎ

이 땅에서 예수님 말씀대로 살아야 천국에서 상이 있어.

 

엄마, 난 현진이가 졸업하면, 재산 정리해서 미얀마 가서 버림받은 여성들을 위해 일하려고 했어요.

근데,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잖아, 나중이 아니라, 지금.

그래서 결혼한거야, 내가 아이들을 잘 키우면, 내가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거야.

사람을 키우는 거지.

엄마, 결혼 안했으면, 결국 그렇게 살거였으니까, 이게 더 좋구나 하고 생각해요.

선교사로 가는 것보다 이게 훨씬 편한 거잖아. 그러면서 예수님이 수고한다 하시면서 엄청 도와주시거든.

천국가서 도 이거 잘하면 칭찬거리가 될 지도 몰라.

엄마도 성당에서 매일 예배도 드리면서, 봉사도  열심히 다니시는 거

굉장히 잘하시는 거예요. "

 

엄마가 절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우리 딸, 참 착하구나." 하시는 겁니다.

 

약 3개월간(2010. 12. 10~2011.3.14) 직장을 쉬는 동안

게을러서 하지 못했던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부의 실직으로 인해 닥쳐올 지도 모르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더욱 새벽기도에 매달리게 했습니다.

기도를 하는 동안,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신앙생활을 돌아보니

내 안에 있던 교만, 죄에 대한 무딤, 안락에 빠져있던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기간동안 깨달았던 것은, 가정이 나의 선교지구나 하는 겁니다.

막내아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깨달은 것이 '내가 나가서 일을 하는 것보다, 아들을 통해서 일하면

더 전문적이고 더 오랫동안  팔팔하게 일할 수 있구나.

내가 여성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아들이 한다면 더 현대에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전, 여전히 제가 무얼 하길 바라는, 내가 드러나길 좋아하는 공명심이 있었습니다.(정말 과거형 일까?^^)

예수님께서는 이런 저를 보시고, 저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다른 길을 여신 것입니다. 

그럼으로 맡긴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고 하듯이

이 가정의 선교지에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남편이 맘에 안들게 하고, 여기저기서 돈을 달라고 손내밀면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 선교지에 가면, 속썩이고 멋대로 하는 원주민들, 이해해 주지 않는 사람들, 교회 짓으려면 돈 들어가는데,

어차피 다 쓸려고 했던 것, 기쁘게 이해하고 돈을 주자. 

그래도, 선교사님들도 화가 나면 불평하지 않을까? 인간인데..

좀 신경질좀 부려도 될라나?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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