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 20] 결혼 4주년의 단상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7

"우리 마누라는 왜 그렇죠?“

우리 사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가깝게 지내는 분이 제게 묻습니다.

그 분의 눈으로 보기엔 자신과 비교하여 우리 남편이 조금도 나은 구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내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자신의 아내는 자신을 너무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시는 겁니다.

한때는 엄청 잘 나가던 분었습니다.

“전 쪽박인줄 알고 시작해 남편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지만, 선생님은 대박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쪽박 차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했더니, 껄껄 웃으시더군요.

 

 

지난 2010년 8월 19일로 결혼 4주년이 되었습니다. 겨우 4년이라는 말에 우리 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겨우? 한 10년은 산 것같은데.

10년은 산 것같다는 말은, 아주 익숙해져 스스럼이 없다는 말도 되지만, 4년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는 말도 됩니다.

 

일이 생길 때마다, 머리에서 자갈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봐줘, 말아?’, ‘돈을 지불할까, 말까?’, ‘모르는 척 해, 말아’ 통장의 숫자를 헤아리며 머리와 가슴이 복잡하게 돌아갔습니다.

왜 그렇게 매 순간 결정해야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은지요.

 

지난 번 사업을 정리할 때처럼 쉽게 정리하는 저를 보고, 남편은 ‘당신은 정말 큰일도 단순하게 처리하는 달란트가 있다’ 감탄과 칭찬을 하지만, 소심한 A형인 저는 그 결정을 입 밖에 내기까지 온갖 생각과 심장 뛰어 잠 못이루는 밤이 있습니다.

그리곤 ‘하나님, 저 사람 진짜 힘들게 해요.’ 고자질하고,

‘어떡해요?’ 들이대며, ‘무조건 해결해 주세요.’ 생떼를 씁니다.

그리곤 사람들에게는 ‘쿨’하게 보이는 ‘척’합니다.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2010년 이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인정 받아 연봉이 올라가고, 보너스와 자녀 2명에게 대학교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다문화어린이를 위한 학교설립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강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몇 달간 요청이 있어 간접적으론 지원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실무자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연봉은 반으로 줄고, 학자금 지원도 없는 조건이었기에, 정말 고민이 됐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최병수 회장님과 직원들, 그 곳에서 일했던 남편이 적극적으로 말렸지만,

새벽기도 가운데 분명히 ‘가라’고 하시는 것을 느끼고 결행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라면, 기꺼이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옮기고 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당장 수입이 줄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신용카드 사용도 될 수 있으면 자제했지만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났습니다. 당장  딸의 등록금도 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통장으로 거금이 들어왔습니다. 고생한다며, 하나님이 맡긴 것을 주는 것이라며 말입니다.

사실 이런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늘 필요할 때마다 묘하게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합니다.

 

 

남편의 말버릇 때문에 진짜 심한 갈등도 느꼈고, 사업의 실패로 인해 금전적인 손실을 심하게 겪으며, 가족들간의 관계도 늘 편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갈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와 함께하실 하나님이 계시기에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고 정리하며, 우리가 한 곳을 같이 바라보며 함께 가고 있기에 견뎌나갑니다. 구원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라며 서로 격려를 합니다. 부쩍 신앙이 성장한 우리 막내는 ‘맞아요 엄마’ 맞장구칩니다.

 

이제 조심스럽게 깨닫는 것은, 우리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지만, 주님의 지시하시는 곳으로 나갔던 아브라함처럼 그저 주님의 명령대로만 살아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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