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9]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2

오늘 군대간 아들이 제대하면 주려고 적금을 들었습니다.

아들이 제대하면 배낭여행할 기회를 주고 싶은데, 목돈을 마련해 주기는 힘들 것 같아서입니다.

요즘은 형편이 어려워 크게 들지는 못했습니다.

 

아들에게도 여행을 위해 저축하라고 권유하여,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맡기고 간 체크카드를 가지고 가서 아들의 통장에 남은 돈을 찾았는데, 한 200만원 가량 남아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예상대로 반토막이 나 있더군요.

입대를 며칠 앞두고 신나게 돌아다니더만…. 입대하는 날 현금으로 맡긴 50여만원과 함께 세금우대가 되는 적금을 들었습니다.

 

아들은 지난 7월 27일 ‘마침내’ 공군에 입대했습니다.

어찌나 군대가는 것으로 유세와 부산을 떠는지, 남편과 저는 ‘저 놈이 빨리 가야지, 성가시러워서 못살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군대가면 후회한다고,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것을 모두 해치웠습니다. 마지막 탕수육과 자장면까지.

소원대로 여자친구도 생겼는데, 그만 헤어지게 되어 맘고생도 하고, 엄마를 광분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내 아들이 채였다니 왜 그리 속상하던지요. 더구나 입대를 얼마 놔두고서. ‘나쁜 기집애’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딸도 함께 기분 나빠했습니다.

‘뭐 그런 애가 있어?’

 

100일 기념이라고 아들이 비싼 커플링도 준비하고, 이벤트 준비한 것도 엄마에게 보이며 자랑했는데, 커플링을 받고 일주일만에 맘이 돌아섰다는군요.

당장 커플링을 찾아오라고 했지요. 잃어버렸다면서 안준다네요.

사람들은 차라리 군대가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낫다고 위로합니다만 여전히 쾌심합니다.

이게 딸이라면 상황이 바꿨을까요? 그랬겠지요?

 

‘성가시럽게’ 굴던 아들이 입대하는 날, 무덤덤할 것 같은 예상과는 달리 차가 훈련소에 가까워질수록 기분이 이상하더니,

급기야 연병장으로 손을 흔들며 가던 아들을 보는 순간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아들이 든든하게 나라를 지키려간다는 애국적인 생각은 없이,

 ‘내가 잘 키워놨더니 나라가 먼저 써먹는 것’같은 서운하다고 할까, 얄밉다고 해야 하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입대하는 날, 몹시 더웠는데, 완전무장을 하고 뛰는 훈련병을 보니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군대간 지 13일째 되는 날입니다.

든 자리는 없어도 난 자리는 있다더니, 집안이 조용합니다.

남편이 아들 방을 치우면서, “승이가 없으니까 치울 것도 없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 부부는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합니다.

아들이 좋은 상사와 동료를 만나서 삶이 깊어지고, 시련 가운데서 더욱 믿음이 깊어지길, 무엇보다 훈련을 잘 이겨내 멋진 남자로 다시 태어나길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기도는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반복됩니다.

 부디 2년이라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생애 가운데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성인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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