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방/여자일기

[스크랩] [그 여자의 재혼일기5] 엄마, 나 저 사람 별로야

침묵보다묵상 2011. 8. 1. 17:31

그와 만나면서 고등학생인 딸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했습니다.

엄마 친구들,  여자는 물론 남자 친구를 만날 때도 동행한 적이 있는 딸이지만, 묘하게도 그가 엄마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셋이 청계천을 걸었습니다.

그는 당황하거나 신경이 쓰일 때는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날은 내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지나치게 말이 많았습니다.

청계천 중간쯤 걸었을 때, 딸이 제 옷자락을 잡아당기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저 사람 별로야. 사귀는 거 다시 생각해 봐.”

 참 난감했습니다.

 

딸은 담양의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한 학기에 한두 번 집에 오는데, 엄마가 바람(?)이 나 있는 것입니다.

딸은 편치 않은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행사가 있어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딸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 의논드릴 것이 있다고 하니 대뜸 “알아요. 00이가 서울서 내려오더니 ‘울 엄마 남자생겼어요.’ 하더라구요.”

선생님은 딸아이에게는 ‘아빠’였습니다. 학교가 파하면 호칭이 선생님에서 아빠로 바뀔 정도로 모든 걸 의논하였지요.

선생님은 “깽판쳐, 임마.” 했답니다. 그리고는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는 건데, 네가 인정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하셨다지요.

 

딸은 혼자만의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항상 같이 있지 못하니, 딸을 감정을 예민하게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의 미욱함 때문입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을 기다려주세요. 스스로 무엇이든 이겨갑니다. 00이도 제게 와서 두 시간이나 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 웃고 갑니다.’라는 들었을 때,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선한 얼굴로 와서 가던 딸이 학교로 가서는 그런 감정을 선생님에게 쏟아놓았던 것입니다.

 

딸이 혼자 남게 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난 엄마가 일찍 죽을까봐 무서워서 잠이 안와.’ 하기에, ‘걱정마라, 외할머니가 널 돌보아주듯이, 너가 자식을 낳고 직장생활을 할 때 엄마가 돌보아줄 거야.’ 했더니, 안심했다는 듯 웃음을 짓더군요.

 

후에 결혼을 거의 결정했을 때, 딸은 기꺼이 엄마의 결혼을 인정해 준 것은 이런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모라고 불리는 저의 친한 친구를 찾아와 딸이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이모, 나 솔직히 아저씨가 맘에 안들어. 그런데 내가 시집가면 엄마는 혼자 남게 되잖아, 그리고 만약에 엄마가 일찍 죽으면 난 혼자 남게 되면 어떡해. 그래서 아저씨를 인정하기로 했어. 뭐, 내가 데리고 살 것도 아니잖아.”

출처 : 그남자 그여자의 재혼일기
글쓴이 : 햇살 따스한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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